[신문기사] 높이조절·음성·점자·수어 다 되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나왔다 [장애인도 소비자다]
2022.01.03 13:38
https://news.v.daum.net/v/20220102144434847?x_trkm=t
높이조절·음성·점자·수어 다 되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나왔다 [장애인도 소비자다]
조미덥 기자 입력 2022. 01. 02. 14:44 수정 2022. 01. 02. 15:06
[경향신문]
정부와 키오스크 전문기업 엘토브 합작
휠체어·시각·청각 모드, 장애유형 상관없이 모두 이용 가능
공공부터 민간으로 확산 계획…올해를 보급 원년으로
시각·청각·지체 장애인은 물론 어린이, 노인들도 사용하기 편리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키오스크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키오스크 전문업체 엘토브가 손을 잡은 결과물이다. 정부와 엘토브는 가격 합리화와 지원을 통해 우선 공공 영역에 이 키오스크를 보급하고 향후 민간으로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엘토브 사무실에서 엘토브가 만든 배리어프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일) 키오스크를 작동해봤다.
처음에 휠체어와 시각, 청각 중 모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장애 유형별로 따로 구동하는 것이 좋다는 장애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휠체어를 선택하면 사용자의 키를 인지해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수동으로 높이를 더 조절할 수도 있다. 시각을 선택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가 나온다. 이어폰을 꽂고 음성을 들을 수도 있다. 점자 디스플레이가 있어 손가락을 대면 키오스크에서 나오는 정보가 바로 점자로 표시된다. 저시력자를 위해 화면과 키패드는 하얀 바탕에 검정 글씨(혹은 검정 바탕에 하얀 글씨)로 명도 대비를 높였다. 키패드는 손으로 만져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돌출되게 만들었고, 버튼마다 아래에 점자를 다 넣었다. 청각을 선택하면 화면에 아바타가 나와 수어로 안내를 한다.
시각장애인 박인범씨(27)는 이날 키오스크를 사용해보고 “시각장애인용 제품이 있어도 음성만 제공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점자와 음성 중 선택할 수 있어 좋았다”며 “숫자 버튼과 화살표도 인식하기 쉽게 배치돼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런 기술적 진전이 신선하고 감사하다”며 “빨리 시중에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키오스크 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2020년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개발 및 실증 사업자로 엘토브를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엘토브는 국내 유통 현장에서 가장 큰 키오스크 업체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과 스타필드, 타임스퀘어 등 대형몰의 안내 키오스크를 제작했다. 싱가포르에 지체장애인용 높이 조절 키오스크를 납품한 경험도 있다.
기술을 개발할 때 소음이 많은 현장에서 음성인식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한 기기에 많은 기능이 들어가다보니 기존 제품과는 별도의 컨트롤보드도 제작해야 했다. 김지훈 엘토브 부사장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라 가이드가 없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며 “여러 장애 유형에 맞춘 기능이 한꺼번에 들어간 제품은 우리가 최초일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엘토브는 이번 제품을 제작하면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라면 갖춰야 할 조건을 명시한 기술 표준을 함께 만들었다. 표준을 만들고 그 표준을 구현한 제품을 동시에 내놓은 것이다. 엘토브는 향후 다른 제작사에 이 키오스크의 기판만 공급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엘토브가 만든 표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뽑은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우수표준에 선정됐다.
관건은 현장에 얼마나 보급되느냐다. 이번 키오스크는 현재 독립기념관, 전남대병원, 수원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보급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대병원과 서울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향후 프랜차이즈 매장 주문, KTX·극장 발권, 쇼핑몰 안내 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지금은 시장가가 2000만원 정도인데 앞으로 1000만원대로 보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NIA 스마트의료복지팀 선임연구원은 “조달청의 혁신조달제도를 이용해 공공기관에서 우선 구매하게 하고, 정부가 바우처 등 지원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민간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