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2일(현지시각) 자사의 가상현실 플랫폼인 메시(Mesh)를 업무 협업툴인 팀즈와 결합한다고 밝혔다. 업무툴인 팀즈에서 자신의 아바타로 화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IT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연례 컨퍼런스인 ‘이그나이트’를 열었다. MS는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 모델인 GPT-3를 활용해 대량의 텍스트를 자동 요약해주는 소프트웨어, MS 오피스 제품과 결합해 표나 메모를 자유롭게 캔버스에 그리듯 작업하는 루프 앱 등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메타버스’였다.
MS는 올 초 공개한 가상현실 플랫폼인 메시를 MS의 업무 협업툴인 팀즈에 결합해 내년부터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1년 반이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비즈니스의 근본적,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었다”며 “가상현실에서 회의실이나 디자인센터, 라운지 등과 같은 몰입형 공간을 만들어 창의성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카메라 꺼도 보디랭귀지 하는 아바타
MS의 메타버스는 게임·운동·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메타버스를 활용하겠다는 메타(전 페이스북)의 전략과는 다르다. 메타는 VR·AR(가상·증강현실) 하드웨어를 강조하지만, MS는 사람들이 이미 많이 쓰는 제품에 메타버스 요소를 주입하는 것을 우선으로 본다. 단편적으로 MS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회의실에 집중한다. VR 기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팀즈를 통해 동료들과의 화상회의를 할 경우, 연결된 카메라를 끄고 설정한 맞춤형 아바타를 선택하면 된다. 사용자가 선택한 아바타는 동료들과의 화상회의 창에 등장해 사용자의 음성이나 제스처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얼굴을 찡그리고, 손으로 하트를 그리는 등 보디랭귀지를 한다.
팀즈에서 손들기 옵션 버튼을 누르면 아바타가 손을 든다. 이 과정에 AI(인공지능)와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된다. 니콜 헤르스코위츠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총책임자는 “그동안 화상회의에서는 30~40분이 지나면 참여자들이 집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메시가 하루 종일 화상 통화를 해야하는 사용자들의 과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메시를 결합한 팀즈에서는 멀리 떨어진 동료와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언어적 장애물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돕는다. 실시간 번역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MS는 “각 기업은 팀즈 내에서 자체 가상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사티야 나델라 CEO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엑센추어가 MS의 서비스를 활용해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공간을 소개했다. 이 공간에서 액센추어 직원들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파티 등을 열었다. 제이슨 원케 액센추어 수석 매니징 디렉터는 “직원들은 이 가상 공간을 ‘사무실의 N층’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며 “신입 직원들을 모아 회사의 문화를 소개하는 온보팅 프로세스도 가상공간에서 진행했다”고 했다.
◇메타와 MS 메타버스 경쟁 본격화
이날 MS의 발표를 두고 테크 업계에서는 메타와 MS의 메타버스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메타는 VR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MS는 수년간 VR 기기인 홀로렌즈 개발에 많은 돈을 쏟았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수십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 MS는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업무협업툴인 팀즈를 기반으로 메타버스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 개막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시장을 메타와 MS가 함께 열어갈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IT 매체 더버지는 이날 “MS와 메타는 미래 업무에 활용되는 메타버스를 놓고 충돌 양상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며 “메타버스 전쟁은 지금 막 시작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