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샤넬이 반했다, 1년에 130억 번 가상인간…기업들이 러브콜 하는 이유
2021.11.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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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 반했다, 1년에 130억 번 가상인간…기업들이 러브콜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고석용기자
VIEW 9,702 2021.10.17 07:00
[MT리포트]가상인간이 몰려온다(上)
[편집자주] 광고모델과 아나운서, 은행원, 아이돌 등 인간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가상인간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사람행세 하는 게임 속 캐릭터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매력으로 팬덤을 만들고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는 존재들이다. 수많은 가상인간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열어갈 세상에서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모델·기상캐스터·은행원까지…가상인간이 만드는 신세계 열린다 |
실제로 국내 가상인간 '로지'는 광고모델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올해 10억원을 벌어들였다. 미국 '릴 미켈라', 일본 '이마', 중국 '화즈빙', 태국 '아일린' 등 전 세계적으로 가상인간이 열풍이다.
가상인간의 강점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COVID-19) 비대면 시대와 맞물려 급성장 중인 메타버스에 가상인간을 적용할 수 있어 확장성도 넓다.
이들을 모델로 발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부담도 적다. 사람과 달리 아프지도, 늙지도 않고 학교폭력(폭력)이나 음주운전, 열애설 등 각종 구설에 휘말려 광고가 중단될 일도 없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가상인간 업계의 태동기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시장규모는 추산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10억 소녀' 로지의 등장처럼 가상인간이 갖는 잠재력은 기술발전과 맞물려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인간 활약에 유통·금융권, 방송에서도 '러브콜'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오대일 기자 =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Consumer Electronics Show) 개막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한 관람객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솔트룩스의 '가상 인간'(Virtual Human)과 대화하고 있다. 2020.1.9/뉴스1 |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디지털 키오스크로 원하는 업무를 안내하는 AI 은행원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여수MBC에서는 AI 기상캐스터가 날씨 뉴스를 전하고 있다. '스타강사' 김미경 MKYU 대표는 자신을 모델로 한 가상인간으로 강의를 추진 중이다.
가상인간 각자의 특성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핵심 요인으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을 즐기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성향이 꼽힌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고 3D와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연예인을 보듯 가상인간에 대해서도 친근감을 느끼면서 이들과의 소통을 낯설게 여기지 않는다.
◇3D·AI 기술 눈부신 발전, 불쾌한 골짜기 '옛말'
인간과 닮을수록 사람들의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급격히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인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가 사라졌다. 3차원(3D) 기술과 AI의 발전 덕분이다. 1998년 사이버가수 '아담' 때와는 기술력이 천지차이다.
하지만 가상인간의 등장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광고모델이나 직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커졌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하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한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상인간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며 "(인간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낸 물질에) 인간이 소외되는 문제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가상세계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현실세계의 중요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가상인간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현실 속에서 관계를 맺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연 130억 벌기도…인스타 그 언니들, 사람이 아니었네해외에서는 이미 가상인간(버추얼 인플루언서) 열풍이 거세다. 3D그래픽과 인공지능(AI) 발달로 가상인간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데다 코로나19(COVID-19)로 미디어를 통한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가상인간과 실제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가상인간 활용 마케팅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美 릴 미켈라·日 이마·中 화즈빙…가상인간 한명이 130억원 벌었다
16일 가상인간 정보사이트 버츄얼휴먼스에 따르면 9월 기준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로 활동하는 가상인간은 세계적으로 122명이다. 3개월만에 26명이 추가됐다. SNS 활동이 뜸하거나 아직 영향력을 키우지 못한 가상인간까지 포함하면 2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는 가상인간은 2016년 탄생한 릴 미켈라다. 브라질계 19세 가수로 설정된 미켈라는 인스타그램에서 일상포스팅, 음원발매,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까지 밝히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샤넬,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마케팅 협업으로 지난해 수익만 1170만달러(약 13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방탄소년단 등과 함께 타임지가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켈라를 만든 기업은 로니블라코, 버뮤다 등 가상인간도 만든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Brud)다. 2019년 기업가치 1억2500만달러(1440억원)를 인정받은 브러드는 이달에는 기업가치 76억달러(9조원)에 달하는 캐나다의 핀테크 유니콘 데이퍼 랩(Dapper Labs)에 인수돼 NFT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가상인간 열풍은 거세다.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은 스타트업 AWW가 만든 이마다. 분홍생 단발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이마는 2018년 첫 등장해 35만여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끌어모았다. 지난해에는 가구업체 이케아 등의 광고모델로 활동하면서 7000만엔의 수익을 냈다. 올해 9월에는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 등장하면서 올림픽위원회(IOC)와 협력한 최초의 가상 인물로 기록되기도 했다.
중국과 태국도 올해 가상인간 열풍에 합류했다. 9월 중국에서 공개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킨 유명한 가상인간 화즈빙은 칭화대학교 컴퓨터학과와 AI기업 즈푸, 샤오빙 등이 공동개발했다. 칭화대에 입학한 새내기로 설정돼있다. 그밖에 태국에서도 지난달 SIA방콕이 만든 가상인플루언서 아일린이 등장했다.
◇16조원 넘어설 가상인간 마케팅시장…인도에선 세계최초 규제
전세계적으로 가상인간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광고·마케팅이다.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는데다 실제인간과 달리 시공간 제약 없이 동시다발적 활동이 가능해 마케팅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실제인간마저도 대면접촉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가상인간과 실제인간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미국 마케팅분석회사 하이프오디터는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시장이 지난해부터 32.5%씩 성장해 2022년에는 150억달러(1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에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중 50% 이상이 가상 인플루언서를 통해 일어날 것이란 예측도 덧붙였다.
이처럼 광고·마케팅 산업의 가상인간 열풍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규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규제를 마련한 것은 인도다. 인도의 광고표준위원회(ASCI)은 지난 7월 세계최초로 가상인간을 통한 광고에 가상인간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제품·서비스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없는 가상인간의 활동이라는 점을 알려 소비자의 오해를 막는다는 취지다.
버추얼휴먼스는 이와관련 "정부가 가상인간을 통한 마케팅을 실제인간의 마케팅과 동등하게 인정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가상인간을 활용하려는 기업과 가상인간 제작사들이 향후 가상인간을 활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나를 만든다'…가상인간, 탄생의 비밀◇'AI 기상캐스터' 개발 마인즈랩 가보니...활용 목적 따라 적용 기술도 달라
마인즈랩의 가상인간이 여수MBC 기상캐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마인즈랩 제공 |
지난 13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인공지능(AI) 가상인간 개발기업 마인즈랩이 공개한 가상인간 'M1' 제작 과정은 복잡해 보이면서도 간단했다. 우선 가상인간으로 만들 실존 인물을 동영상으로 찍는다. 촬영 대상은 다양한 표정으로 풍부한 문장을 말하는 것이 좋다. 가상인간도 그만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촬영을 마친 동영상은 프레임별로 나눠 여러 장의 이미지로 만든다. 이미지 파일에서는 얼굴 부분만 따로 추출한 뒤 입 영역을 지우고 가상으로 만든 입모양을 해당 영역에 일치시킨다. 반복적으로 AI에게 학습시켜 가상 입모양이 실제 입모양과 일치하도록 모델링한다.
이후 음성에 따라 가상 입모양이 발음대로 움직이도록 맞춘다. 잘 학습이 됐다면 텍스트만으로 가상인간의 입을 움직일 수 있다. 문장을 넣으면 TTS(Text to Speech) 기술이 음성과 함께 입모양으로 구현하는 식이다.
마인즈랩 사무실 전경 |
로지의 경우 AI 기술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으로 탄생했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영상을 촬영한 뒤 CG 작업을 통해 얼굴만 3D 모델링했다. 각 포인트들을 움직여 원하는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으나 막대한 작업량이 뒤따른다.
전신을 3D 모델링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고모델인 만큼 옷을 여러 번 갈아입는데 이를 모두 CG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질감, 주름, 조명 등을 CG로 일일이 표현하는 것보다 사람을 촬영한 뒤 얼굴만 바꿔주는 것이 시간·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다.
루이와 이터니티에는 AI 기술이 적용됐다. 사람을 촬영한 뒤 얼굴만 바꾼다는 점에서 로지와 비슷하지만 CG와는 다르다. AI가 사람의 얼굴 데이터를 학습한 뒤 새로운 이목구비를 만들어내는 가상얼굴 생성 기술이다. 춤과 노래, 연기 등은 실제 사람이 한다.
로지나 루이, 이터니티의 경우 광고나 인스타그램·유튜브 같은 미디어 영역에 적합하다. 많은 움직임이나 퍼포먼스가 요구되는 동적인 분야에서 문화·예술적인 부가가치가 높다.
다만 '보여주는 것'이 중심이며 상담이나 민원해결 등 상호작용은 어렵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사람을 모델로 다시 촬영을 진행한 뒤 CG 또는 AI 기술로 얼굴을 생성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마인즈랩의 가상인간을 은행원으로 도입한 신한은행 |
최홍섭 마인즈랩 대표는 "대화를 이해하고 답변하면서 이를 자연스러운 입모양으로 표현하는 기술은 B2B 비즈니스와 ROI(투자대비수익률) 측면에서 훨씬 가치가 있다"며 "아나운서, 상담원, 강사, 박물관 큐레이터, 도서관 사서 등 확장성이 매우 넓다"고 했다.
실제로 M1은 신한은행 AI 은행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박철민·민경수·정소라 아나운서의 경우 M1으로 가상인간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각 기업은 'AI 휴먼 스토어'에서 가상인간을 구매해 홍보용 영상이나 모델로 활용 가능하다. 아나운서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분신'이 돈을 벌어오는 셈이다.
최 대표는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지성과 창의성이 필요한 일을 하는데 기여하고 노동의 시간은 줄이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상인간"이라며 "더 똑똑한 가상인간을 만들어 반복적 일들을 대체하는 전문 직업군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홍섭 마인즈랩 대표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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