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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김비호 졸업생 연구성과 보도

2016.08.12 15:27

IIP연구실 조회 수:1210

"서울역 가자" 금세 알아듣는 자율주행 현대차


양재동 IT지능화 랩 가보니

"음성인식 기술 빨리 높여라"

정몽구 특명으로 만든 연구소

또박또박 말하지 않아도 인식

내년 생산 모델부터 순차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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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현대차 ‘차량IT지능화리서치 랩(Lab)’ 연구진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지하 연구실에서 사람 모양의 ‘더미’로 음성인식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랩은 현대기아차 음성인식 기술 개발을 총괄한다. [사진 현대차]

지난 15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지하에 있는 ‘차량IT지능화리서치 랩(Lab)’. 차량에 적용하는 음성인식·블루투스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현대기아차 음성인식 기술 개발의 ‘심장’이다. 두께 10㎝가 넘는 방음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아차 쏘울의 음성인식 실험이 한창이었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 모양 ‘더미’가 “I want to go to starbucks near Chino Hill(치노힐 근처 스타벅스에 가고 싶다)”이라고 말하자 차량 내비게이션이 자동 인식해 안내를 시작했다.

랩을 총괄하는 백순권 현대차 연구위원은 “특수 제작한 더미가 성별·인종·언어·악센트에 따라 다른 수백 명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내에 달린 스피커 수십 개가 가상 주행 상황에 따라 소음을 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미래 자동차의 대세로 떠오른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는 ‘핸즈 프리(hands free)’가 목표다. 눈이나 손보다 자유로운 ‘입’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자동차 업계의 최근 관심사다. 현대차의 차량IT지능화리서치 랩도 그런 경쟁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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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미국 JD파워

음성인식 기술은 애플 ‘시리’나 구글 ‘구글 나우’ 같은 정보기술(IT) 업체가 앞서 가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음성인식 기술은 이런 기술과는 격이 다르다. 스마트폰은 음성을 잘못 인식하면 다시 작동시키면 되지만 자동차는 잘못 인식하면 곧장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IT를 곧바로 자동차에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백순권 연구위원은 “지금도 ‘150㎞로 달려’ ‘브레이크 밟아’란 음성 명령을 내려 90% 이상 인식하도록 할 수 있지만 가속페달·브레이크 같은 곳에 적용할 경우 10%의 오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과 무관한 기능을, 그나마 인식 수준이 99% 이상 확실해야 적용하는 ‘보수적’인 연구분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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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미국 JD파워

사내 ‘별동대’로 불리는 랩은 백 연구위원을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 출신 음성인식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됐다. 남양연구소에 몰려 있는 다른 랩과 달리 위치도 양재동 사옥이다. 서울에 많은 IT 업체, 대학과 원활히 협업하기 위해서다.

랩은 2013년 미국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음성인식·블루투스 분야가 30위권(꼴찌 수준)에 이르자 정몽구 회장이 “최대한 빨리 음성인식을 쓸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라”는 특명을 내려 탄생했다.

랩의 1차 목표는 ‘불만부터 해결하자’, 2차 목표는 ‘자주 쓰는 기능의 활용도를 끌어올리자’다. 대부분 연구개발(R&D) 조직처럼 신기술을 개발하는 건 다음 문제다. 운전자가 가장 많이 쓰는 블루투스 기능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최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인식 불량률도 끌어내렸다.

그 결과 미국 신차품질조사에서 매년 순위가 오르다 올해 기아차가 1위, 현대차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특히 음성인식 5위(현대차), 블루투스 2위(기아차) 실적이 순위 상승에 기여했다. 컨슈머리포트도 “현대차 음성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실적 향상 덕분에 백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엔진·미션 같은 기계 분야가 대부분인 연구위원에 전장 분야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위원은 R&D만 전념하는 임원급 전문가다.

랩은 내년에 적용할 음성인식 기술도 최초 공개했다. 현재는 운전대에 사람 입 모양 ‘푸시 투 토크(push to talk)’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명령어를 말씀하세요”란 안내가 흘러나온다. 그러곤 운전자와 대화가 이어진다. “목적지 설정”(운전자)→“지역을 말씀하세요”(차)→“서울특별시”(운전자)→“원하는 곳을 말씀하세요”(차)→“스타벅스”(운전자). 그나마 단계를 밟아야 하고, 안내를 끊어선 안 되며, 무엇보다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곧장 “음성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는 안내가 나온다.

하지만 내년부터 확 달라진다. 단계가 줄어들고 음성인식 수준도 높아진다. 푸시 투 토크 버튼을 누른 뒤 “목적지 설정”→“서울역 근처 스타벅스”라고만 말하면 된다. 안내를 끊고 중간에 말해도 되고 기계처럼 또박또박 말하지 않아도 차가 알아듣는다. 말 그대로 자동차와 ‘대화하는’ 수준이다.

기존과 크지 않은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도요타 같은 회사도 구현하지 못한 영역이다. 내년부터 생산하는 쏘나타·그랜저·스포티지·K5·제네시스 등 대부분 모델에 이 같은 수준의 진화한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백 연구위원은 “운전 습관과 달리 말하는 방식은 경우의 수가 너무나 다양해 표준화가 쉽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80년대 드라마 ‘전격 Z 작전’의 ‘키트’처럼 운전자와 대화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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