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남편에게 3만원 보내” 세 마디로 끝냈다
2017.04.12 10:54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5&oid=025&aid=0002704355
“남편에게 3만원 보내” 세 마디로 끝냈다
기사입력 2017.04.12 오전 1:02
최종수정 2017.04.12 오전 8:33
“반가워요. 저는 인공지능을 갖춘 금융 친구 ‘소리’예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남편에게 3만원 보내 줘.”
“고객님, 보내는 금액과 받는 분을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이대로 보내 드릴까요?”
“보내 줘.”
“이체가 완료됐습니다. 받는 분에게 메시지를 보낼까요?”
“응, 보내 줘.”
음성인식 방식으로 송금을 완료하는 데는 단 세 마디면 충분했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뱅킹에 미리 저장해 둔 자주 쓰는 계좌번호와 별칭을 이용해서다. 보안카드를 꺼낼 필요도,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누를 필요도 없었다. 11일 우리은행 음성인식 AI 뱅킹 ‘소리(SORi)’를 열자 송금은 30초 만에 완료됐다. 본인 인증은 이체 직전 지문으로 이뤄졌다. 상대방에게 이체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도 음성명령으로 전송했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말을 알아듣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음성인식 뱅킹 시대가 오고 있다. 스마트폰 음성인식 기술 진화와 함께 주요 시중은행들이 서비스를 마련 중이다. 지난달 국내 첫 상용화에 성공한 우리은행 ‘소리’는 음성명령으로 계좌 조회,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 등 네 가지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 앱 ‘원터치개인’을 통해서다. 곧 업그레이드 버전도 나온다.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음성인식 AI ‘빅스비(Bixby)’와 결합해 이달 말께 더 진화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빅스비를 활용한 음성인식 뱅킹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고 빠른 송금 위주의 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음성인식 뱅킹의 최대 장점은 간편함이다. 원래 모바일뱅킹은 수차례 터치와 여러 번의 화면 전환 끝에 거래가 이뤄진다. 이를 말로 하면 절차가 단번에 압축된다. “엄마에게 30만원 보내 줘” “계좌를 보여 줘” “50만원을 미국 달러로 환전해 줘” 등의 명령을 내리면 자동으로 인식해 처리한 뒤 스마트폰 화면에 결과를 띄워 주는 식이다. 음성인식은 빠른 검색 기능도 자동 제공한다. 원하는 서비스를 찾기 위해 메뉴 칸 사이를 헤맬 필요 없이 마이크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지능형 음성대화를 연구하는 구명완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버튼을 이용하면 메뉴에 따라 순서대로 일을 처리해야 하지만 음성으로는 전 과정을 한꺼번에 압축해 말할 수 있다”며 “음성인식 기술 적용은 곧 사용자 인터페이스(접촉면)의 단순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편한 거래는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 내게 쉬운 거래는 남이 접근하기도 쉬워서다. 이 때문에 음성은 반드시 지문이나 터치, 홍채 등 보완수단이 필요하다. ‘소리’의 경우 보안 강화를 위해 지문 생체 인증 방식을 택했다. 최초 이용 시 복잡한 절차로 지문을 등록해야만 음성인식 뱅킹을 쓸 수 있다. 사용자가 휴대전화 본인 확인 후 앱에서 지문을 등록하고 지문용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생체 기반 공인인증서’가 발급된다. 그다음 가지고 있는 은행 OTP(일회용 비밀번호) 카드나 보안카드로 본인 인증을 한 차례 더 한다. 개발에 참여한 이경찬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대리는 “가입은 불편하게, 사용은 편하게 만드는 게 음성인식 뱅킹의 목표”라며 “음성 이체를 원하는 계좌번호와 이름도 사전에 터치 방식으로 저장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기계가 사람 말을 얼마나 제대로 알아듣느냐도 음성인식 뱅킹 성공의 핵심 열쇠다. ‘소리’는 이용자의 명령 선택항을 화면에 띄워 그중 하나를 골라 말하도록 설계됐다. AI라고 하기엔 초보 수준이지만 실제 사용해 본 결과 오류가 거의 나지 않았다. 현 음성인식 기술은 목소리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 명령을 수행한다. 변환과 인식에 2~3초가량이 소요된다. 구 교수는 “소리가 텍스트로 바뀌는 게 ‘음성 이해’고, 이후 대화를 따라가면서 예측·추론하는 게 ‘대화 이해’”라며 “대화 이해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도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음성인식 금융거래의 차기 관문은 성문(聲紋) 인증이다. 목소리의 높낮이와 떨림 등 개인 특성을 분석해 생체 인증에 활용하는 단계다. 이달 초 출범한 케이뱅크는 KT의 음성형 사물인터넷(IoT) 기기 ‘기가지니’와 결합한 ‘카우치(소파) 뱅크’를 고안 중이다. 소파에 앉아 은행원에게 말하듯 송금을 부탁하면 기계가 목소리를 알아듣고 본인 인증까지 원스톱으로 알아서 하는 서비스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성문 인증은 미국에서도 정확도 테스트 단계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말로 하는 비대면 금융거래의 최종 종착지는 AI를 활용한 상담·투자자문(WM) 서비스다. 필요한 거래를 판단해 알려 주는 일종의 ‘로봇 은행원’이 그려진다.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해 지점과 인력을 줄이려는 시도이지만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위원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인공지능)이 자산 관리에 적용되면 복잡한 상품정보를 고객에게 바로바로 전달하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며 “은행이 아닌 고객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남편에게 3만원 보내” 세 마디로 끝냈다
기사입력 2017.04.12 오전 1:02
최종수정 2017.04.12 오전 8:33
“반가워요. 저는 인공지능을 갖춘 금융 친구 ‘소리’예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남편에게 3만원 보내 줘.”
“고객님, 보내는 금액과 받는 분을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이대로 보내 드릴까요?”
“보내 줘.”
“이체가 완료됐습니다. 받는 분에게 메시지를 보낼까요?”
“응, 보내 줘.”
음성인식 방식으로 송금을 완료하는 데는 단 세 마디면 충분했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뱅킹에 미리 저장해 둔 자주 쓰는 계좌번호와 별칭을 이용해서다. 보안카드를 꺼낼 필요도,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누를 필요도 없었다. 11일 우리은행 음성인식 AI 뱅킹 ‘소리(SORi)’를 열자 송금은 30초 만에 완료됐다. 본인 인증은 이체 직전 지문으로 이뤄졌다. 상대방에게 이체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도 음성명령으로 전송했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말을 알아듣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음성인식 뱅킹 시대가 오고 있다. 스마트폰 음성인식 기술 진화와 함께 주요 시중은행들이 서비스를 마련 중이다. 지난달 국내 첫 상용화에 성공한 우리은행 ‘소리’는 음성명령으로 계좌 조회,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 등 네 가지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 앱 ‘원터치개인’을 통해서다. 곧 업그레이드 버전도 나온다.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음성인식 AI ‘빅스비(Bixby)’와 결합해 이달 말께 더 진화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빅스비를 활용한 음성인식 뱅킹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고 빠른 송금 위주의 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음성인식 뱅킹의 최대 장점은 간편함이다. 원래 모바일뱅킹은 수차례 터치와 여러 번의 화면 전환 끝에 거래가 이뤄진다. 이를 말로 하면 절차가 단번에 압축된다. “엄마에게 30만원 보내 줘” “계좌를 보여 줘” “50만원을 미국 달러로 환전해 줘” 등의 명령을 내리면 자동으로 인식해 처리한 뒤 스마트폰 화면에 결과를 띄워 주는 식이다. 음성인식은 빠른 검색 기능도 자동 제공한다. 원하는 서비스를 찾기 위해 메뉴 칸 사이를 헤맬 필요 없이 마이크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지능형 음성대화를 연구하는 구명완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버튼을 이용하면 메뉴에 따라 순서대로 일을 처리해야 하지만 음성으로는 전 과정을 한꺼번에 압축해 말할 수 있다”며 “음성인식 기술 적용은 곧 사용자 인터페이스(접촉면)의 단순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편한 거래는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 내게 쉬운 거래는 남이 접근하기도 쉬워서다. 이 때문에 음성은 반드시 지문이나 터치, 홍채 등 보완수단이 필요하다. ‘소리’의 경우 보안 강화를 위해 지문 생체 인증 방식을 택했다. 최초 이용 시 복잡한 절차로 지문을 등록해야만 음성인식 뱅킹을 쓸 수 있다. 사용자가 휴대전화 본인 확인 후 앱에서 지문을 등록하고 지문용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생체 기반 공인인증서’가 발급된다. 그다음 가지고 있는 은행 OTP(일회용 비밀번호) 카드나 보안카드로 본인 인증을 한 차례 더 한다. 개발에 참여한 이경찬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대리는 “가입은 불편하게, 사용은 편하게 만드는 게 음성인식 뱅킹의 목표”라며 “음성 이체를 원하는 계좌번호와 이름도 사전에 터치 방식으로 저장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기계가 사람 말을 얼마나 제대로 알아듣느냐도 음성인식 뱅킹 성공의 핵심 열쇠다. ‘소리’는 이용자의 명령 선택항을 화면에 띄워 그중 하나를 골라 말하도록 설계됐다. AI라고 하기엔 초보 수준이지만 실제 사용해 본 결과 오류가 거의 나지 않았다. 현 음성인식 기술은 목소리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 명령을 수행한다. 변환과 인식에 2~3초가량이 소요된다. 구 교수는 “소리가 텍스트로 바뀌는 게 ‘음성 이해’고, 이후 대화를 따라가면서 예측·추론하는 게 ‘대화 이해’”라며 “대화 이해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도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음성인식 금융거래의 차기 관문은 성문(聲紋) 인증이다. 목소리의 높낮이와 떨림 등 개인 특성을 분석해 생체 인증에 활용하는 단계다. 이달 초 출범한 케이뱅크는 KT의 음성형 사물인터넷(IoT) 기기 ‘기가지니’와 결합한 ‘카우치(소파) 뱅크’를 고안 중이다. 소파에 앉아 은행원에게 말하듯 송금을 부탁하면 기계가 목소리를 알아듣고 본인 인증까지 원스톱으로 알아서 하는 서비스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성문 인증은 미국에서도 정확도 테스트 단계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말로 하는 비대면 금융거래의 최종 종착지는 AI를 활용한 상담·투자자문(WM) 서비스다. 필요한 거래를 판단해 알려 주는 일종의 ‘로봇 은행원’이 그려진다.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해 지점과 인력을 줄이려는 시도이지만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위원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인공지능)이 자산 관리에 적용되면 복잡한 상품정보를 고객에게 바로바로 전달하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며 “은행이 아닌 고객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