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감정인식·통번역·자율주행차…AI, 뭐든 해내는 `홍반장`
2016.03.17 13:1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09&aid=0003693583
감정인식·통번역·자율주행차…AI, 뭐든 해내는 `홍반장`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A3면의 TOP기사입니다.A3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A3면의 TOP기사입니다.
| 기사입력 2016-03-07 17:44 | 최종수정 2016-03-07 19:30
◆ 인공지능 시대 / 실생활에 파고든 인공지능…4차 산업혁명 '착착' ◆
"스페인에 살고 계신가요? 스페인 어디에 사세요?" "전 마드리드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이 대치 상태에 있지만 곧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대화는 지난 2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스카이프 동시통역 기능을 이용해 진행된 영상 통화 내용이다. MS 본사에 있는 기자는 영어로 얘기했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MS 직원 이그나시오는 스페인어로 말했다. 대화는 전혀 어색함 없이 실시간 진행됐다.
이 서비스는 MS '프로젝트 옥스퍼드'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스카이프 자동 통·번역 기술을 이끌고 있는 올리버 폰타나 전략책임자는 "사람이 하는 통·번역이 더 정확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 번역기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용자가 많아지면 정확도도 사람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사람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더 이상 컴퓨터 속에서만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프로 9단 이세돌과 벌이는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이 얼마만큼 인간에게 친숙한 존재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쇼'다.
물론 그 쇼는 각본이 갖춰진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경이롭다. 이번 바둑 대결에서 사람들은 배워가며 익히는 '기계학습'의 놀라운 수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선봉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검색 엔진 운영자 구글이 서고 있다. 사진만 보고 고양이와 에펠탑을 구분하는 '구글포토'부터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까지 구글 인공지능 실험대는 폭이 넓다. IBM과 MS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초기 인공지능 연구는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한 실제 모델과 외부 상황을 비교해 컴퓨터가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컴퓨터에 저장돼 있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라는 데 있다.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10의 170승)인 바둑도 기존 방식으로는 인공지능이 정복할 수 없는 분야로 선고받은 바 있다. 그래서 시도된 게 사람처럼 기계도 새로운 환경에 맞춰 학습하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구글 알파고는 한 달에 바둑 100만판을 두면서 불가능에 도전했다.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 '시리'와 MS의 '코타나'는 현대인의 생활상을 일부 바꿔놨다. 코타나는 단순한 음성인식에서 진화해 개인 비서를 자처한다. 사용자가 저장한 일정을 인공지능이 판단해 필요할 법한 내용을 알려준다.
구글포토는 일반인이 간편하게 애용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으면 사진과 동영상을 자동으로 저장공간에 백업한다. 이용자가 따로 태그하지 않아도 사진에 찍힌 피사체 내용과 장소, 시간 등을 자동으로 추출해 분류한다.
5년 전 개발된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미국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하며 유명해졌다. IBM 측은 왓슨을 소개할 때 '인공지능'보다 '코그너티브(인지) 컴퓨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해답을 찾는 능력이 사람의 인지 능력에 더 가까워졌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김연주 한국IBM 전무는 "왓슨은 암·당뇨 진단 등 헬스케어와 증권 투자와 같은 산업 부문에서 활용되지만, 최근엔 생활 속 개인 비서 역할로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의 인공지능 기술팀인 '프로젝트 옥스퍼드'는 사람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감정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표정을 인식해 행복, 슬픔, 분노, 불쾌, 공포, 행복, 무관심 등의 감정을 분별하고 이를 숫자로 나타낸다.
얼굴 인식만으로 나이와 성별 그리고 목소리까지 식별할 수 있는 기능도 곧 추가된다. 프로젝트 옥스퍼드를 이끄는 앨리슨 라이트 매니저는 "식당에서 이 소프트웨어를 쓴다면 음식을 먹는 손님의 표정을 인식해서 무슨 맛을 선호하는지, 그날 서비스는 어땠는지를 자동으로 알아내 이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전통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융합하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초 미국에 인공지능연구소(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를 설립했다. 향후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구글의 인공지능 로봇 개발 책임자를 영입해 화제가 됐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는 후지쓰와 함께 2021년 도쿄대 입학이 가능한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디지털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기반에 불과하다"며 "차별화된 가치는 '코그너티브 컴퓨팅'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디지털과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나서고 있지만 모두 하나의 도구일 뿐, 종착지는 인공지능이라는 얘기를 그는 그렇게 강조했다.
[뉴욕 = 서찬동 기자 / 시애틀 = 손재권 기자 / 서울 = 이경진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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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6-03-07 17:44 | 최종수정 2016-03-07 19:30
◆ 인공지능 시대 / 실생활에 파고든 인공지능…4차 산업혁명 '착착' ◆
"스페인에 살고 계신가요? 스페인 어디에 사세요?" "전 마드리드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이 대치 상태에 있지만 곧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대화는 지난 2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스카이프 동시통역 기능을 이용해 진행된 영상 통화 내용이다. MS 본사에 있는 기자는 영어로 얘기했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MS 직원 이그나시오는 스페인어로 말했다. 대화는 전혀 어색함 없이 실시간 진행됐다.
이 서비스는 MS '프로젝트 옥스퍼드'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스카이프 자동 통·번역 기술을 이끌고 있는 올리버 폰타나 전략책임자는 "사람이 하는 통·번역이 더 정확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 번역기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용자가 많아지면 정확도도 사람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사람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더 이상 컴퓨터 속에서만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프로 9단 이세돌과 벌이는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이 얼마만큼 인간에게 친숙한 존재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쇼'다.
물론 그 쇼는 각본이 갖춰진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경이롭다. 이번 바둑 대결에서 사람들은 배워가며 익히는 '기계학습'의 놀라운 수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선봉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검색 엔진 운영자 구글이 서고 있다. 사진만 보고 고양이와 에펠탑을 구분하는 '구글포토'부터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까지 구글 인공지능 실험대는 폭이 넓다. IBM과 MS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초기 인공지능 연구는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한 실제 모델과 외부 상황을 비교해 컴퓨터가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컴퓨터에 저장돼 있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라는 데 있다.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10의 170승)인 바둑도 기존 방식으로는 인공지능이 정복할 수 없는 분야로 선고받은 바 있다. 그래서 시도된 게 사람처럼 기계도 새로운 환경에 맞춰 학습하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구글 알파고는 한 달에 바둑 100만판을 두면서 불가능에 도전했다.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 '시리'와 MS의 '코타나'는 현대인의 생활상을 일부 바꿔놨다. 코타나는 단순한 음성인식에서 진화해 개인 비서를 자처한다. 사용자가 저장한 일정을 인공지능이 판단해 필요할 법한 내용을 알려준다.
구글포토는 일반인이 간편하게 애용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으면 사진과 동영상을 자동으로 저장공간에 백업한다. 이용자가 따로 태그하지 않아도 사진에 찍힌 피사체 내용과 장소, 시간 등을 자동으로 추출해 분류한다.
5년 전 개발된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미국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하며 유명해졌다. IBM 측은 왓슨을 소개할 때 '인공지능'보다 '코그너티브(인지) 컴퓨팅'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해답을 찾는 능력이 사람의 인지 능력에 더 가까워졌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김연주 한국IBM 전무는 "왓슨은 암·당뇨 진단 등 헬스케어와 증권 투자와 같은 산업 부문에서 활용되지만, 최근엔 생활 속 개인 비서 역할로 쓰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S의 인공지능 기술팀인 '프로젝트 옥스퍼드'는 사람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감정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표정을 인식해 행복, 슬픔, 분노, 불쾌, 공포, 행복, 무관심 등의 감정을 분별하고 이를 숫자로 나타낸다.
얼굴 인식만으로 나이와 성별 그리고 목소리까지 식별할 수 있는 기능도 곧 추가된다. 프로젝트 옥스퍼드를 이끄는 앨리슨 라이트 매니저는 "식당에서 이 소프트웨어를 쓴다면 음식을 먹는 손님의 표정을 인식해서 무슨 맛을 선호하는지, 그날 서비스는 어땠는지를 자동으로 알아내 이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전통 제조업에 인공지능을 융합하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초 미국에 인공지능연구소(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를 설립했다. 향후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구글의 인공지능 로봇 개발 책임자를 영입해 화제가 됐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는 후지쓰와 함께 2021년 도쿄대 입학이 가능한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디지털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기반에 불과하다"며 "차별화된 가치는 '코그너티브 컴퓨팅'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디지털과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나서고 있지만 모두 하나의 도구일 뿐, 종착지는 인공지능이라는 얘기를 그는 그렇게 강조했다.
[뉴욕 = 서찬동 기자 / 시애틀 = 손재권 기자 / 서울 = 이경진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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